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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어딘가에서

pop-up 2015. 11. 17. 17:02



간혹 여행길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있을 때, 내가 찍은 기억이 없는 컷이 나올때도 있다. 생각없이 맹목적으로 찍는 사진, 결국엔 하드 디스크의 어느 라이브러리에서 머물다가 결국엔 백업용 하드로 넘어가거나 아니면 그냥 삭제되어 버리곤 하는 그런 사진. 의미없는 셔터질은 어느 때부터인지 습관이 되어 버렸다. 


모든 컷이 의미를 담고 있거나, 그 반대의 것도 아닌 경우의 사진을 더 많이 찍고 있는 듯 싶은데 나는 작가도, 여행 칼럼니스트도 아니니까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아마도 여행지에서 먹던 음식을 찍고 '나 이것도 먹어봤다~?'라며 기록하는 그런 성격이 점차 강해지는 듯 싶다. 내가 살던 곳과는 다른곳으로 여행을 간다는 것, 그곳에 대한 정보와 그곳에서 발생할 일들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에 우리는 맞닥들이곤 한다. 호기심, 새로운 발견, 원하지 않던 돌발상황 등 새로운 자극을 우리는 바라보며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지도 모르겠다. 똑같은 여행지를 다시 찾더라도 그곳은 예전의 그 장소이지만은 않다. 머무는 사람이 바뀌었고, 찾아오는 사람도 달라졌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뜬 위치도 다르다. 그래서 나는 굳이 똑같은 장소를 다시 찾아가고 같은 위치에 머물고 싶은 바람을 지닌 채 잠시 머물러 보곤 한다.


언젠가 다시 찾게될지 모르는 이 곳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며 그 당시의 심정과 상황을 최대한 꺼내보려 노력하다가 이내 그만두고 만다. 다시 떠올려보아도 이미 지나간 시간이고 그 당시의 생각과는 또 다른 모습의 자신을 발견할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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