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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떠난 형제의 여행이야기

pop-up 2015. 12. 7. 13:34



(이번 글은 여행에 대한 정보가 아닙니다.)

너무나도 다른 성향을 지닌 형제가 있다. 한명은 말이 적고 조용히 휴식을 취하는 걸 좋아하고, 또 다른 한명은 분주하고 산만하기까지 한 사고뭉치 동생이다. 바로 형과 나의 이야기다. 생각과 흥미가 너무나도 다르다고 어릴적부터 생각해왔다. 굉장히 어른스럽고 생각이 많아 보이는 형은 그런 사람이고 여전히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가끔은 내면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서 맥주 한잔하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나는 항상 밖으로 돌아다니곤 해서 30년이 지나도록 우리 형제에겐 둘이 같이 외출한 기억이 손에 꼽는다. 아니, 한 손의 손가락 수를 다 채우지 못한다. 3살의 터울 밖에 없는 나이이지만 이상하게도 어릴적부터 형은 어른 같았다. 별로 나에겐 흥미를 갖고 있진 않은 것이라 여겨지곤 했다. 나 역시도 동생으로서 먼저 형에게 다가가는 그런 편은 아니다.


졸업을 하고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회사 근처로 집을 얻어서 형은 지내기 시작했고 나 역시도 새로이 일을 배워나가면서 주말이 없는 생활을 이어나갔다. 서로에 대해 알아갈 시간이 없었다면 없었다. 큰 프로젝트를 하나 끝내고 나면 가만히 집에 있질 못하는 성격이기도 했다. 모처럼 만끽하는 휴식 시간, 그 순간에 나는 모자란 수면 시간은 생각치도 못하고 무작정 여행을 가곤 했다. 라멘이 먹고 싶어서 충동적으로 밤 비행기표를 구매해서 도쿄로 다녀오기도 했고, 놀이공원을 가고 싶어서 싱가포르를 가보기도 했다. 어디든 좋았다. 그 당시에는 왜 그리도 해외로 다녀오고 싶었는지. 한국에서도 기다리면 구입할 수 있는 아이패드를 사기 위해 홍콩에 다녀왔던 적도 있다. 아이패드를 구입하기 위해 웃돈을 주고 침사추이의 전자상가 밀집 지역을 돌아다니던 그 날, "시계~ 가짜 시계~"를 소근거리며 다가오던 외국인이 무서워서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벗어나기도 했던 그런 여행들. 


여행에 대한 흥미를 잃은 뒤

충동적인 여행길은 항상 무계획의 여행이었다. 단지 하나, 꽂히는 곳을 찾아가 밥을 먹거나 사진을 찍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때의 그런 사진들을 꺼내보진 않고 있다. 여행 자체에 대한 흥미가 떨어져버렸다.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도 다르지 않았다. 20만원대의 콤팩트 디카부터 1,000만원 대의 중형까지 써 봤지만 결국 나는 사진 작가가 아니고 여행가도 아니었으며 아무 생각없이 빈둥거리며 돌아다니는 시간만 보내곤 했던 듯 싶다. 근사한 바다가 보이는 휴양지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세부가, 몰디브가 그렇게 좋다지만 나는 여전히 그런 해양휴양지에는 눈길이 가질 않는다. 도시를 좋아하고, 완전 반대 성향의 오지를 좋아한다. 엄청나게 발전되고 정리가 잘 된 거리 삭막한 분위기가 들 정도의 그런 도시를 좋아하고, 당장이라도 독사가 튀어나와 위협을 가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극지가 좋다.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즈주의 로열 내셔널 파크에서 마주쳤던 3센치미터 정도 크기의 개미떼를 보면서 알 수 없는 흥분을 느꼈던 적도 있다. 위협을 느끼면 끝까지 쫓아와서 물어버리는 브라운 스네이크를 마주쳤던 적도 있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찍는 그런 PD도 아닌데 그런 것들을 발견하면 조심스레 카메라로 접근하며 다양한 구도로 촬영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겁나서 이내 그만두곤 하지만.


이야기가 갑자기 너무 내 중심으로 흘러가버리고 있었다. 형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그만큼 나는 너무나도 모른다. 우리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언젠가 서로 의지해야 할때가 올지도 모른다. 그럴 때 우린 또 얼마나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하고 이해하기 어려울지 의문이지만 기회가 있을 때 같이 시간을 보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던 중 정말 급작스럽게 형한테 연락이 왔다. 지금 홈쇼핑 채널에 나오는 여행 상품 보는 중인데, 시간 괜찮겠냐는 말. 무척 놀라웠다. 형이 먼저 내게 손을 뻗은 그 날, 나는 단번에 함께 가겠다고 말했고 그렇게 우리는 큰 준비없이 홍콩으로 일정을 잡았다.




여행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은 요즘, 큰 감흥은 없었다. 홍콩에 대한 궁금증이 크지 않다는게 무엇보다 컸으며 무언가 사고 싶은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요즘은 구매 대행이나 심지어 해외 사이트에서 한국까지 배송을 해주는 상품도 너무 많고, 무엇보다 한국에서 더 가격이 저렴한 경우도 많기에 무언가 금덩이 명품 등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고선 큰 이점이 없는 듯 싶다. 그냥 단순히 이번 여행은 형과 여행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것, 그것 하나만 가치를 두고 떠났다.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걱정스러운 마음도 있었다. 의견 차이에 의해 다투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에 조심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여행은 서로에게 좋은 시간이 되었다. 형의 여행 취향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좋아하는 음식, 그리고 급작스레 체중이 줄어든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여행을 다녀온 이후 우리는 또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여태까지 형에 대한 생각과는 다른 생각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휴가 중에도 회사 업무 전화를 받으며 중간중간 확인까지 해야하는 상황이 나는 못마땅했지만 형도 어쩔 수 없이 그러했으리라 생각이 든다. 그만큼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일테니 달리보면 멋진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니까.


오히려 무언가에 대한 열정없이 살아가고 있는 내가 문제라는 생각이 들곤했다. 무얼 해도, 어딜 향해도, 새로운 것을 맛 보아도 나는 즐겁지가 않았다. 정식 발매 되기 전의 카메라를 들고 갔음에도 사진에 대한 흥미도 안들고 모든게 귀찮게만 여겨졌다. 그렇다고 해서 눈으로 그런 장면 하나하나를 살펴보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도대체 나는 무엇으로 다시 뜨거워질 수 있는걸까? 꽂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해서일까,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서일까. 자기 자신에 대한 통제는 언제나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어쩌면 꿈과 이상에 다가가지 못하고 몇 차례의 실패를 맛보고 의기소침해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결국은 그 곳에 닿지 못하는, 마음이 닫혀 버렸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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