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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더로드-시드니 13. 거리의 새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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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더로드-시드니 13. 거리의 새들

pop-up 2015. 12. 10. 22:07



유독 길거리에서 새가 많이 보이는 그런 곳이었다. 서큘러키/Circular Quay 근처의 MCA(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 앞쪽의 벤치에는 갈매기와 다양한 새를 돌보는 남자, 그리고 새들도 그런 그가 익숙한지 경계심을 풀고 유유히 주변을 돌아다니며 먹이를 먹기 바빴다. 머리 속에서 떠오른 글귀가 적힌 현수막,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 이곳에도 똑같이 비둘기가 있고, 비둘기보다 더 많고 다양한 새들이 있는데 특별히 그런 글귀는 발견할 수 없었다. 오히려 접근금지 표지판과 싸인류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동물원의 열대 조류관에나 가야 볼 수 있었던 코커투/Cockatoo가 동네의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었고 2~300마리는 되어 보이는 조그만 앵무새 무리들도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갈매기 만큼이나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흰따오기/White Ibis 일명, '거지새'로 불리우는 이 녀석들은 무언가 부랑자같은 자태로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곤 한다. 그런데 도대체 얘들은 무엇을 먹는지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가끔 빵 부스러기를 먹는 듯 싶다가도 그냥 부리로 단순히 장난치듯이 휘젓고는 가버리기도 하고. 다른 새들은 먹이를 먹느라 바쁜데, 유독 이 흰따오기들은 무얼하고 있는지 사람들에게 들키는 것이 싫은지 감추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는 나이지만, 왠지 이 녀석들이 근처로 오면 진드기가 몸에 옮을 것 같은 느낌에 자리를 피하곤 했다. 정말 실제로 눈 앞에서 본다면 거지새를 그리 좋아할 수 만은 없으리라 장담한다. 숨도 참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 시드니 시티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갈매기, 그리고 주변을 배회하는 흰 따오기.


한국의 갈매기도 그렇지만, 이곳의 갈매기도 여간 보통 내기들이 아니다. 사람들이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눈 앞의 음식을 쏜살같이 날아들어 낚아 채 가는 고수들이다. 일전에 소개했던 시드니 수산시장/Sydney Fish Market에서 어떤 아저씨가 테이블에 오징어 링/Caramari Ring을 올려두고 일행을 부르려 뒤를 돌아보는 사이에 갈매기 행동대장 하나가 날아들어서 닫힌 상자를 열었고, 순식간에 수만은 갈매기들이 음식을 초토화 시키는 모습을 눈으로 똑똑히 봤다. 그 날의 그 장면을 담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충격과 공포, 그 순간은 아마 카메라를 켠 상태로 있었어도 제대로 담아내진 못했을 듯 싶다.


140 George St, The Rocks NSW 2000, Australia

mca.com.au

+61 2 9245 2400

Opens at 10:00 AM


▲ 시드니 시티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갈매기


새들은 아마도 사람들 사이에서 별다른 생각이 없이 지내는 분위기였다. 그저 그들 눈에 우리들은 '몸은 크지만 날지도 못하고 뒤뚱거리며 음식을 흘리면서 먹는 다른 종'으로 여겨지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을 크게 겁내지도 않고, 오히려 간혹 어린아이나 노인임을 알아차리고 쉽게 보는 듯한 녀석들도 있다. 실제로 좀 더 위험한 녀석들은 머리에 노란 깃 벼슬을 지닌 큰 앵무새 종류의 코커투/Cockatoo였다. 단순히 크기가 큰 앵무새라기 보다는 지능도 더 높고 악력도 쎄고, 무엇보다 부리 힘이 엄청난 앵무새다. 철조망 울타리도 부리로 구부리며 놀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차를 발견하면 라디오 안테나도 질겅질겅거리며 씹어놓기도 하는 녀석들이다. 행여나 이 녀석들과 시비가 붙었다면 절대 손가락을 편채로 밀면 안된다. 손가락을 물고 늘어지면 큰 상처를 남겨놓을 수 있을 정도니 조심해야 할 새 중의 하나다.


▲ 시드니 시티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흰따오기(White Ibis)


시드니 사진을 보다가 새 사진들이 보여서 오늘 이야기는 새들에 대해 적어보는 시간이 되었다. 각자의 목적을 살아가는 생명체임에도 그들이 무얼하고 어디서 생활하고 먹는지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호주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많고 독특한 생김과 생태 습성을 지닌 동물들이 가득한데 여전히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태즈매니아 데블이라는 독특한 동물이 있다. 그런데 1900년대부터 이들에게 발생하기 시작한 안면암 바이러스가 계속 퍼지기 시작했고 이들의 종족 번식에 까지 위협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라지만 여전히 왜 이런 병이 생기는 것인지, 유전병인지, 단순한 바이러스인지 아직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다. 죽은 사체를 청소하는 이들의 식습관이 현대 사회의 오염물질과 교차되면서 발생한 질병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개척하면서 일부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필연적이라지만 특히 이곳 호주의 동식물은 이러한 노출에 더욱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도태되는 경우가 많은 듯 싶다. 근접한 뉴질랜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진 않은 듯 싶다.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내기 쉽지 않다. 아마도 있는 그대로 방해하지 않고 찾아가지 않는 것이 가장 적당한 답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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