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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의 기억, 어머니

pop-up 2013. 6. 24. 00:55

제일 멋진 물속


어느 겨울, 코엑스 행사로 아쿠아리움 초청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교제하던 친구와는 다녀온 곳이었기에 잠시 고민하다가 별 다른 계기라고 할 것 없이 어머니와 길을 나섰던 날이었다. 어머니 손을 잡고 나섰던 날이 언제였는지 잘 떠오르지 않을 정도였기에 그렇게 했으리라.

다양한 모습과 색상을 지닌 해양생물을 가만히 바라보던 어머니가 윗잇몸이 드러날 정도로 웃으시며 가만히 사진찍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씀하셨다.

 

‘정말 평생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은 처음이네.’

 

그 말에 나는 선뜻 대답할 수 없는 먹먹함으로 잠시 그대로 멈추어 버렸다. 여자친구와는 아무렇지 않게 다니던 그런 장소가 어머니에게는 그리도 근사한 신세계였던 것이다. 아쿠아리움이란 흔한 장소가 어머니에게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처음보는 행복의 시간이었다. 저 표정과 모습이 괜스레 나를 속상하게 만들어 버린다.

 

내 어릴적엔 박물관으로, 영화관으로 다양한 경험과 세상의 멋진 것을 알려주려 이끌던 그 손에 무감각해질 즈음, 나는 그 손을 놓아버리고 다시 잡는 법은 잊은채로 걷고 뛰기만 했나보다. 그 손이 차갑고 외롭지 않길 바라며 가만히 부엌으로 가서 그 손을 잡아봤다.

그때 그 어머니의 표정을 따라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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