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BACK

[레몬 농사 프로젝트] 레몬 씨 발아 본문

자연농원

[레몬 농사 프로젝트] 레몬 씨 발아

pop-up 2014. 3. 3. 02:06

신맛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어릴 적 부터의 독특한 취향.

그 소년은 커서 레몬 밭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시작

뭔가 거창한 것은 없다.

씨앗? 까이꺼 과일 먹고, 돌아다닐 때 보이는 것들 줏어서 모으면 되는 것 아녀라?

과일 먹고 하나씩 모으기 시작한 녀석들이 어느 새 모여들더니 조그만 병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오래된 녀석은 아마 5년 이상 묵은 것도 있을 것으로 생각.


그리고 그 이후.

그렇게 하나씩 모아진 씨앗을 바라보며, 

무엇인지 모를 뿌듯한 마음도 함께 지니고...


점점 많아지는 씨앗을 바라보던 중, 분류가 필요해 보인다는 것을 느끼고,

언젠가 사두었던 보관함을 비우고 그곳에 분류하기 시작했다.


좌측 상단부터 

사과 / ??? / 자두 / 복숭아 / 살구, 체리 / 땅콩, 팥

동백 / 구스 베리(gooseberry) / 감 / 천도복숭아 / 돌 / ???

밤 / 목화 / 비자 / 녹차 / 도토리 / 강낭콩

                                   레몬 / 호두, 꽈리고추


'음... 생각보다는 종류가 많이 않군~'

그래도 분류하고 나니 뭔가 있어 보이는 것 같아 흐믓한 미소가 지어지더이다.


┃씨앗발아 준비

레몬 농사 프로젝트 카테고리이니 레몬 이야기부터.

2013년 12월, 레몬청을 만들던 중 그 안에 들어 있던 레몬 씨앗을 모아두기 시작했다.

따로 분류해서 세척한 뒤 물기 없애는 중


▶ 씨앗에 곰팡이가 생기면 내부까지 침투해서 썩어버리기 쉽기 때문에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


쉬운 씨 발아(발음 유의)를 위해 겉껍질은 조심스럽게 벗겨내고

여기서도 중요한 점은 속씨가 다치지 않도록 부드러운 손길로 잘 벗겨내는 것이 중요하다.

커터칼이 날카롭고 얇아서 겉씨를 제거하는 데에 편하기도 한데,

너무 두꺼운 겉씨를 지닌 씨앗을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제일'을 상기하며 조심스레 제거해야 한다.


지속적인 수분 공급은 발아를 위해 중요한 단계.

작은 통을 준비해서 키친 타올을 깔아주고 발아시킬 씨앗을 하나씩 둔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구스베리 / 동백 / 레몬-1 / 딸기 / 레몬-2


그 다음엔 씨앗 위에 키친 타올을 한층 더 깔아준다.

스프레이로 물기를 촉촉하게 적셔주는 것은 센스.


이렇게 뚜껑을 덮고 발아의 시간을 기다린다.

이 과정에서 온도나 습도에 따라 썩어버리거나 물러 버리는 경우가 무척 많다.

찾아보니 왁스를 아주 묽게 희석한 물에 씨앗을 잠시 담궈두는 것이 곰팡이 및 잡균을 제거하는 데에

효과적이라는 글을 볼 수 있었는데 다음에 한번 시도해봐야 겠다.

이번은 깡 좋게 패스~!


┃씨발아 성공

그렇게 두고 5일의 시간이 지난 뒤,

레몬 씨 발아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참으로 뿌듯한 기분. (여기서 기뻐하긴 이르다)


조심스레 손을 내미는 레몬을 옮겨서 질 좋은 흙이 담긴 화분으로 조심스레 파종을 시작한다.


촉촉하게 물을 머금은 흙에 조그만 구멍을 확보한 뒤,

발아한 레몬 씨를 깊지 않게 올려두고 주변을 가볍게 흙으로 덮어준다.

스프레이는 또 여러차례 실행해서 촉촉하게~



올~

가녀린 줄기가 드디어 뿜어져 나오려 준비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모양이 변하며 큰 성장을 꿈꾸는 그런 싱그런 레몬 나무의 손짓.


정신없고 분주한 시간을 마친 뒤, 책상 위의 이 생명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무언가 설렘과 함께 

즐겁고 차분한 그런 뜨거움이 가슴 속에서 꿈틀거린다.

프로젝트에 걸 맞는 농사 혹은 농장을 위해선 아직 멀었지만 나 아닌 다른 생명을 주의깊고 조심스레

살펴보는 것이 참 좋은 몫이라고 여겨진다. 


무언가를 심고 나서 관찰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내가 심지 않은 또 다른 생명체가

화분에서 함께 솟아 오르는 경우가 많다.

지금 레몬 화분-1 에서는 레몬 씨 말고 2개의 알 수 없는 줄기가 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아마도 잡초이겠지만, 잡초도 나름의 이름을 지니고 있으며, 그 자신의 몫을 하기 위해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라고 있다.

며칠의 시간이 더 지난 뒤에 이것들을 뽑아낼 지, 아니면 함께 키울지 선택해야 할 날이 오겠지만

지금은 그냥 두고 싶다.

왠지 곁에서 함께 노는 친구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런 것일지도.


뭔가 답답하고 속상한 일이 있었던 일요일 저녁인데, 가만히 앉아 이 아이를 바라보니

위로 받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많이 녹아 들었다.

- 계속



[pop-up의 글]

paperBACK은 뭔가 특정한 주제에 강화된 블로그는 아닙니다.

살아가면서 보고, 맛보고 즐긴 가벼운 이야기를 적고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블로그인데,

재미 붙어서 열심히 쓰다가도, 바쁘면 손에서 놓아 버리는 그런 블로그가 되어 버렸네요.

아직도 딱히 블로그를 통해서 무언가를 활용하겠다.라는 것은 없는 그런 페이지입니다.

내가 이런 글도 썼었나? 혹은 표정이 쭈구리 되는 이상한 글도 있지만 

가능한 이 곳을 지속적으로 써 나가고 채우며 나누는 그런 보관소로 만들어 나가고 싶네요.

다루는 이야기가 계속적으로 변하는 이유가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한 달 뒤에는 또 다시 다른 이야기를 시작할지도 모르는 상태인 것이죠.

간혹 주기적으로 찾아 와 주시는 이웃 블로거님들과 찾아와 주시는 분들의 댓글이

감사하고 신경 쓰이기도 합니다.

그런 것들이 재미있잖아요. 이런 가상의 세계에서 만나고 함께 나눈다는 것이.

그래서 이 곳을 떠나지 않고 한쪽으로는 계속 이끌어 나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뭔가 말하고 싶어서 오늘은 이런 저런 얘기를 적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시간이 am 2:04 입니다.

잠이 옵니다.

그래서 자러 갑니다.




공유하기 링크
Comments